태극기 밑에서 땀 '뻘뻘'…"우리도 쏜다" 스페이스X에 도전장

입력 2024-02-22 16:38   수정 2024-02-22 17:00


지난 20일 삼엄한 보안 속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을 방문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대형 태극기였다. 국가 우주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공장도 정문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이 회사의 우주 분야 플래그십 공장인 한국형소형발사체(KSLV) 조립동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이 탄생한 곳으로 그간 총 46기의 엔진이 제작됐다. 이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유일 중대형 발사체 엔진 제작 능력 보유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들의 표정에선 우주 발사체를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누리호 엔진은 3000℃ 이상의 초고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특수 소재를 써야 한다. 부품 가공도 만만찮다.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수준인 미크론(1000분의 1㎜) 단위 오차까지 관리해야 해서다. 온도가 1℃라도 상승하거나 금형에 미세한 틈이라도 발생하면 재료 팽창으로 인해 정밀 조립이 불가능해진다.

누리호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한 도면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는 형태다. 중대형 발사체에 쓰이는 엔진 제작 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누리호 1호기 엔진을 조립할 때 6개월 정도 걸렸던 제작 기간은 기술력이 쌓이면서 절반 가량 줄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누리호 1단 로켓에는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높이 3m, 직경 1.9m의 누리호 액체로켓 엔진은 등유(케로신)와 -183℃의 액체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며 추진력을 낸다. 연소가 시작되면 엔진 연소실 내부는 3000℃까지 치솟는다. -183도에서 3000도까지 극한의 온도 차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액체로켓엔진 개발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구조가 복잡해서다. 75t급 엔진 조립을 위해선 약 2400여개의 부품들을 사용해 총 458개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높은 수준의 정밀함도 필수다.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여러 밸브와 부품이 순서대로 정확히 작동해야만 엔진이 점화된다.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초당 255㎏의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시키기 때문에 시동 순서가 조금만 어긋나도 폭발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대형 발사체 엔진 제작 능력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총 3기의 누리호 제작을 주관하고 구성품 제작 참여기업에 대한 총괄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남은 3차례의 발사에 모두 참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발사 운용 등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예정이다.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것"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쎄트렉아이 대전 본사에선 세계 최고해상도의 상용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T'가 제작되고 있다. 2025년 발사 예정인 스페이스아이-티는 대당 가격 1억달러(약 1330억원) 내외로, 가로·세로 30㎝가량의 물체를 하나의 화소로 인식하는 초고해상도 광학 위성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는 사업개발실장은 "상용으로 공개된 위성 중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가졌다"며 "그동안 위성 납품만 했다면 이제는 자가 위성을 운용해 영상 이미징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는 보안을 위해 산 중턱에 자리했다. 위성 지상국 관제실에는 소형 영상레이다(SAR) 위성의 정상 궤도 순항을 지속 관제하고, 위성이 보내온 영상을 수신 중이다. 인공위성 제작실에서는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전자광학(EO), 적외선(IR), SAR 탑재체를 제작하고 있다. 위성 제작 공간인 클린룸은 작은 오차도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위성 제작 공정을 고려해 공기 흐름과 바닥에서 오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연구원이 지난가는 속도에도 수율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미세한 진동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해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지구관측 위성인 '소형 SAR 위성'도 이곳에서 제작된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제작뿐 아니라 우주인터넷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1년 투자한 글로벌 우주인터넷 기업 '유텔셋 원웹'의 위성망을 활용해 군 저궤도 통신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차량용·운반용·함정용 단말기 개발·양산과 서비스 공급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 계열사에 흩여져 있던 우주사업을 합쳐 스페이스 허브 조직을 만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를, 쎄트렉아이와 한화시스템이 인공위성과 위성 서비스를 맡는다. 장기적으로 우주탐사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원웹 3428억원, 시마론 1096억원, 카이메타 470억원, 쎄트렉아이 1089억원 등 우주 산업에 총 894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차 목표는 스페이스X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발사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액체로켓엔진 제작, 누리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발사 서비스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러시아 소유스나 인도 지상 발사체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면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원·대전·용인=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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